권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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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성갈비 - 종로

* 한줄평 : 못 생긴 음식에 담겨진 진심

1. 경복궁 옆 서촌에서 2001년 개업하여 올해로 딱 20년이 된 동네 골목 식당이다. 곧 팔순이 되시는 노부부와 중년의 아드님이 운영하는 돼지갈비 식당인데 얼마전 <허영만의 백반 기행>을 보고 방문해야겠다라는 욕구가 하늘을 찔렀드랬다.

2. 수요미식회나 삼대천왕, 생활의 달인 등은 <전국>을 대상으로 특정 메뉴에 대한 우수 맛집 컨텐츠를 다루는데 반해 <백반 기행>은 식객이 서민 거주 <동네>를 중심으로 현지인들에게 사랑받는 식당을 방문하는 컨셉인지라 실제 대단한 레서피나 화려한 맛보다는 <정감있는 분위기>에 초점이 맞혀져 있다.

3. 이 집의 음식들은 하나같이 못 생겼다. 포천 이동갈비처럼 뼈를 고기가 예쁘게 말아냈으면 좋으련만 이 곳의 돼지갈비는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제각각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양념에 재운 목살 부위도 아니요, 식용본드로 고기와 뼈를 붙여내지 않은 <진짜 갈비>이다. 
통상 양념돼지갈비는 고기의 좋지 않은 퀄리티를 양념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일반적인지라 단맛을 내는 카라멜 색소를 사용하여 짙은 갈색인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그런 화학 조미료를 최소화하여 색이 옅은 편이다.

4. 할아버지께서 고기를 잘라주시다가 어느정도 구워내고 갑자기 불판에 냄비 뚜껑을 덮어주시는데 진짜 무릎을 탁 칠만한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이정도 두께감이 있는 고기는 구워질때 양념이 먼저 타버리기 마련이고, 계속 불판에 올려놓으면 수분감 역시 날라가버려 뻑뻑해질 수 밖에 없는데 뚜껑 하나로 해결책을 찾으시다니 감탄스러울 수 밖에..

5. 계란말이 역시 흰자와 노른자가 덜 섞여 부쳐졌으나, 주방에서 할머니가 방금 부쳐내어 따뜻하다. 마치 반찬투정하는 손자에게 “할미가 계란이라도 부쳐줄께!”하시며 만들어낸 듯 한 정성이 담겨있다.

6. 된장찌개 역시 호박과 두부 건더기만 있는 단촐함이 특징인데, 일반 고기집에서 된장에 쌈장을 섞어 끓여내는 강한 조미료맛 찌개와는 결이 다르다.

7. 고기를 구워주시며 할아버지께서 예전엔 동네에 돼지갈비집이 많았는데 서촌 임대료가 올라가며 우리만 남았어라며 아쉬워하신다. 그러고보면 20년간 한 장소에서 고기 장사를 하셨다면 테이블, 벽면 등이 기름때로 더러울 법도 하건만 비록 낡았을지라도 청결하기만 하다.

8. 계산을 하고 나서는데, 아드님으로 추정되는 분께서 수줍게 생강차라며 티백을 주시는데 친필로 “코로나에도 찾아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이 집은 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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